왜 금융지주는 은행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증권·보험사까지 품으려 할까?
금융지주가 은행에 만족하지 않고 증권·보험사까지 인수하는 이유는 '범위의 경제' 때문입니다. 같은 지점, 고객 데이터, IT 시스템으로 여러 금융상품을 팔면 비용은 줄고 수익원은 다변화되어 리스크에 강한 체질이 됩니다.
은행만으론 부족하다? 금융지주의 '쇼핑 카트'가 점점 커지는 이유
최근 우리금융지주의 임종룡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는 뉴스가 나왔어요. 흥미로운 건 그의 1기 3년간 업적인데요. 우리투자증권 출범, 동양생명·ABL생명 인수까지 완료하며 '종합금융그룹'을 완성했거든요.
근데 여기서 궁금증이 생겨요. 왜 은행들은 은행만 잘하면 될 것 같은데, 굳이 증권사와 보험사까지 품으려 할까요? 그냥 대출 잘하고 예금 많이 받으면 되는 거 아닐까요?
오늘은 이 질문의 답을 찾아가면서, 경제학에서 말하는 **'범위의 경제'**라는 중요한 개념을 함께 배워볼게요.
숫자로 보는 변화: 금융지주들의 '비은행' 사랑
우리금융의 변화를 숫자로 살펴볼게요. 증권·보험사를 품기 전과 후의 차이가 극명해요.
- 비이자이익: 1조 1천억 원 → 1조 9천억 원 (75% 증가)
- 당기순이익: 2조 5천억 원 → 3조 1천억 원
- 비은행 순이익 비중: 5.1% → 18.0%
- ROE(자기자본이익률): 8.3% → 9.1%
- 주주환원율: 26% → 37%
단 3년 만에 이런 변화가 일어났어요. 그리고 이건 우리금융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한국 5대 금융지주의 평균 비은행 순익 비중이 23.2%까지 올라왔고, KB금융은 한때 40%대를 기록하기도 했거든요.
모든 금융지주가 앞다투어 증권사, 보험사, 카드사를 확보하려는 이유가 뭘까요?

왜 그럴까? 편의점의 진화에서 답을 찾다
범위의 경제: 같은 공간에서 더 많이 팔기
여러분 동네 편의점을 떠올려보세요. 10년 전 편의점은 음료수와 과자를 파는 작은 가게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어때요? 도시락, 커피, 택배 접수, ATM, 공과금 납부, 심지어 세탁물 수거까지 해요.
편의점 입장에서 생각해볼게요. 이미 임대료를 내고 있고, 직원도 있고, 냉장고도 있어요. 여기서 도시락을 추가로 팔면 뭐가 필요할까요? 도시락 진열대 하나와 약간의 교육이면 돼요. 새 가게를 차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죠.
이게 바로 **범위의 경제(Economies of Scope)**예요. 한 회사가 여러 종류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함께 제공할 때 비용이 절감되는 현상이에요.
금융지주에 적용해보면?
금융지주도 똑같아요. 은행에는 이미 이런 것들이 있거든요:
- 전국 지점망 (수천 개의 오프라인 창구)
- 수천만 명의 고객 데이터
- 거대한 IT 시스템
- 훈련된 직원들
여기서 펀드를 팔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새 증권사를 세울 필요 없이, 기존 은행 직원에게 교육하고 시스템에 펀드 메뉴만 추가하면 돼요. 보험도 마찬가지예요. 이미 대출 상담하는 고객에게 "대출 보장 보험도 같이 들어두실래요?"라고 물으면 되는 거죠.
스마트폰처럼 생각해보세요
더 쉬운 비유를 들어볼게요. 여러분의 스마트폰이요.
예전에는 전화기, 디지털카메라, MP3 플레이어, 네비게이션을 각각 샀어요. 그런데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로 다 해결하잖아요. 애플이나 삼성 입장에서는 하나의 기기에 여러 기능을 통합하는 게 각각 만드는 것보다 효율적이에요. 소비자도 여러 기기 들고 다닐 필요 없어 편하고요.
금융지주는 **고객의 '금융 스마트폰'**이 되려는 거예요. 예금, 투자, 보험, 연금을 하나의 앱에서 관리하게 해주면 고객은 굳이 다른 곳으로 떠날 이유가 없어요.
인과관계 체인을 따라가 볼까요?
이 과정을 단계별로 정리해볼게요:
1단계: 금융지주가 증권·보험사를 인수해요. → 왜? 은행 이자수익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거든요.
2단계: 은행-증권-보험 간 인프라와 고객 정보를 공유해요. → 같은 고객에게 예금, 투자, 보험을 한 번에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거죠.
3단계: **교차판매(Cross-selling)**가 활성화돼요. → 햄버거 주문하면 "감자튀김 추가하시겠어요?"라고 묻는 것과 같아요. 은행 창구에서 펀드 가입을 권유하고, 대출 고객에게 보험을 연계하는 거예요.
4단계: 비이자이익이 증가해요. → 이자 수익 외에 수수료, 투자수익 등 다양한 수익원이 생기는 거예요. 월급 외에 부업 수입이 생긴 것과 비슷해요.
5단계: 그룹 전체의 수익이 안정화돼요. → 한 사업이 부진해도 다른 사업이 보완해주는 '리스크 분산' 효과가 발생해요.
6단계: 기업가치가 상승하고 주주환원이 확대돼요. → 안정적인 수익 성장은 주가 상승과 배당 여력 확대로 이어지는 거죠.
반대로 생각해볼까요?
만약 금융지주가 은행만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일본의 사례를 볼게요. 일본 지방은행들은 초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이 급격히 줄었어요. 수익률을 높이려고 장기 국채를 적극 매입했는데, 금리가 오르면서 3조 3,000억 엔(약 31조 원)의 평가손이 발생했어요.
결국 많은 지방은행이 구조조정에 내몰렸어요. 한 가지 수익원에만 의존하면 환경이 바뀔 때 버틸 힘이 없는 거예요.

더 깊이 알아보기: 역사와 숫자로 검증하기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 빅뱅
사실 이 전략은 한국만의 것이 아니에요. 1999년 미국에서 글래스-스티걸법이 폐지되면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겸업이 가능해졌거든요.
그 결과 탄생한 것이 JP모건체이스예요. 현재 자산 3.2조 달러, 시가총액 약 8,000억 달러로 미국 최대 은행이 됐어요. 소비자 뱅킹, 기업 투자은행, 상업은행, 자산관리 등 4개 부문으로 다각화해서 한 부문이 침체해도 다른 부문이 보완해주는 구조를 만들었죠.
은행 없이도 가능한 삼성금융
재미있는 건 은행 없이도 범위의 경제가 가능하다는 거예요. 삼성금융 계열사(생명·화재·카드·증권·자산운용)는 2024년 합산 순이익 약 6조 원을 달성하며 4대 금융지주를 2년 연속 앞질렀어요.
생명보험, 손해보험, 카드, 자산운용 각 분야에서 1위를 유지하면서 계열사 간 고객 공유와 상품 연계로 시너지를 창출한 거예요.
다각화의 함정: 시어스의 실패
그런데 범위의 경제가 항상 성공하는 건 아니에요. **시어스(Sears)**라는 미국 백화점 체인이 있었어요. 1980년대에 부동산중개업체와 증권사를 인수해서 '금융 백화점'을 시도했죠.
결과는? 대실패였어요. 소비자들은 "가전제품 잘 파는 곳이 금융도 잘할 거야"라고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결국 1990년대 초 금융 사업을 모두 매각했어요.
반면 아마존은 온라인 서점에서 시작해 가전, 클라우드(AWS), 스트리밍, 식료품까지 확장에 성공했어요. 차이점은 뭘까요? 모든 사업이 '고객 편의성'이라는 일관된 가치로 연결되고, 데이터와 물류 인프라가 공유됐기 때문이에요.
즉, 범위의 경제는 관련성 있는 사업끼리 핵심 역량을 공유할 때 작동하는 거예요.
같은 논리로 이것도! 우리 주변의 범위의 경제
코스트코의 원스톱 쇼핑
코스트코가 식료품만 파나요? 푸드코트, 안경점, 주유소, 타이어 정비까지 제공해요. 같은 매장 공간과 직원으로 여러 서비스를 운영하니 고정비가 분산되고, 고객은 한 번 방문으로 여러 용무를 해결하죠. "이왕 가는 김에 기름도 넣고, 안경도 맞추자"는 심리예요.
스타벅스의 확장
스타벅스가 커피만 팔던 시절에서 샌드위치, 텀블러, 배달 서비스까지 확장한 것도 같은 원리예요. 이미 매장, 직원, 브랜드라는 고정 자산이 있으니, 추가 상품을 팔 때 드는 비용이 낮아요. 커피 마시러 온 고객에게 케이크를 권유하면 같은 방문 시간에 더 많은 매출이 발생하는 거죠.
플랫폼 경제와의 연결
범위의 경제는 플랫폼 경제와도 연결돼요. 카카오가 메신저에서 시작해 택시, 쇼핑, 은행, 웹툰까지 확장한 것도 같은 논리예요. 더 많은 서비스가 모일수록 사용자가 모이고, 사용자가 모일수록 더 많은 서비스가 추가되는 선순환이 발생하는 거죠.
오늘 배운 것 정리
핵심 원리 한 문장: 금융지주가 증권·보험사까지 품는 이유는 같은 인프라와 고객으로 더 많은 상품을 팔면 비용은 줄고 수익은 다변화되기 때문이에요. 이것이 바로 범위의 경제예요.
인과관계 체인 복습: 증권·보험사 인수 → 인프라·고객 정보 공유 → 교차판매 활성화 → 비이자이익 증가 → 리스크 분산 & ROE 상승 → 기업가치·주주환원 확대
다음에 금융 뉴스에서 "○○금융, △△증권 인수 추진" 같은 기사를 보시면 "아, 범위의 경제를 노리는 거구나"라고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여러분도 주변에서 범위의 경제 사례를 발견하셨나요?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인과관계 흐름
금융지주가 증권·보험사를 인수한다
은행 이자수익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고, 저금리 시대에는 특히 수익성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은행-증권-보험 간 인프라와 고객 정보를 공유한다
같은 고객에게 예금, 투자, 보험을 한 번에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교차판매(Cross-selling)가 활성화된다
은행 창구에서 펀드 가입을 권유하거나, 대출 고객에게 보험을 연계하는 식으로 한 고객에게서 여러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이자이익(수수료, 투자수익 등)이 증가한다
증권 수수료, 보험 판매 수익, 자산관리 수수료 등 다양한 수익원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그룹 전체의 수익이 안정화되고 ROE가 상승한다
한 사업이 부진해도 다른 사업이 보완해주는 '리스크 분산'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기업가치가 상승하고 주주환원이 확대된다
안정적인 수익 성장은 주가 상승과 배당 여력 확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댓글
관련 글

기름값이 오르면 왜 약값과 공장 운영비까지 함께 오를까?
원유는 단순한 자동차 연료가 아니라 의약품, 플라스틱, 화학약품 등 수천 가지 제품의 기초 원재료입니다. 이 글에서는 '공급망 파급효과'라는 경제 원리를 통해, 중동에서 유가가 오르면 왜 우리 동네 약국의 약값과 택배비까지 함께 오르는지 알아봅니다.

환율이 오르면 누가 웃고 누가 울까?
환율이 오르면 수출기업은 웃고 해외여행자는 울어요. 같은 경제 현상이 누군가에겐 이익이, 누군가에겐 손해가 되는 '환율의 양면성'을 쉽게 설명합니다. 환율 뉴스를 볼 때 '올랐다/내렸다'가 아닌 '누구에게 유리한가'를 생각하는 법을 알려드려요.

기름값이 오르면 왜 비트코인과 주식이 흔들릴까?
기름값이 오르면 왜 내 주식과 비트코인이 빠질까요? 유가 → 인플레이션 → 금리 → 위험자산으로 이어지는 경제의 도미노 원리를 알면, 뉴스 속 점들이 선으로 연결됩니다. 중동 전쟁부터 내 주식 계좌까지, 그 연결고리를 쉽게 풀어드릴게요.